참 보고 싶었던게야.
울 애들 오는 날.
3년이 다 되도록 한번 보지 못했으니 그럴만도.
유난히 재롱 부리는 막둥이가 문자를 보내지 못하니.
필리핀의 가공할 인터넷 환경에 영통은 엄두도 못내고.
가끔 목소리라도 들어오면 몇번을 반복해 듣기도 했었으니.
PCR 테스트 결과에 조바심 태우다 음성이라 연락받아 쾌재를 속으로만 부르고.
이제 오는구나 싱글거리며 다녔는지 주위에서 무슨 좋은 일 있냐고 그런다.
뭔가 일이 있을만한데 불길 예감은 틀리지 않아.
기어이 뱅기 타는 날 아침 울 막내가 이민국에 잡혔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당연히 듀얼인 것을 필 여권이나 출국증명을 받아야 한단다.
내 그리 남들 챙겨주며 했던 그 일을 정작 막내 껄 놓쳐버린거지.
싸게 구하려 일찌감치 예약했던 세부퍼시픽은 저만 날아가네.
이 정도는 날려줘야지.
이젠 불나게 뛰어서 깔끔하게 돌아서 이민국으로.
2시간에 되는 터라 잘 하면 잠깐만요하고 늦게 탈 수도 있거니.
어쩌나 이민국 문 닫을 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받은 사진은 다음주에 찾으러 오라는 쪽지.
그럼 PCR 테스트 또 받아야 하고 누구 하나 양성이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비자 유효기간도 있으니 아득해지는데.
쫄쫄 말라 갈라진 논두렁처럼 속이 탄다.
이거 아닐껀데… 신규 아이카드 접수한거네.
“이민국 에바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해라.” 카톡 지령만 보내고 기도 하는 수 밖에…
헐. 하늘이 도왔는지 바로 옆에 있답니다.
저녁 출발 항공권이 필요하다 하여 급하게 아시아나 부킹하는데 이럴 때 꼭 더 버벅거림.
스카이스캐너로 버짓트래블하다 이거도 에러니 뭐니 하길래 고투게이트로 돌아 예약 성공.
그런데 돌아서 메일함 보니 어라 중복예약이네.
가평 산골 바람이 아직 서늘한데 내 얼굴이 화목난로다..
이 여행사들 환불 안해주기로 유명한데...
게다가 어차피 탈거란 생각에 취소 불가능으로 예약했거든.
이레 저레 항공권 편도 한명 150만원 들어간 셈.
그 지리함과 낙담 사이에 드뎌 새벽 아시아나로 왔다.
가이드 출신이라 이름판 없이 입국장에 서성이니 왠지 허전.
이럴 땐 꼭 연착이지 미드나잇에 찾아나선 공항엔 햇살이 가득하다.
드디어 드러내는 모습이 초쵀하고 삐적 마른게 눈물도 마르네.
아무 말 못하고 부여 잡고 있다가 햄버거로 깡그리 빈 속 채워주고.
울 엄마 팔자 닮은꼴 내 고향으로 긴 밤 긴 하루를 이젠 애들 싣고 달린다.
#홀로그래피 #놀며빌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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