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놀며빌어먹기
한가위라고 격식에 한참 모자라는 어설픈 축복을 하면서도 기쁘지만은 않은 건,
하늘에 계신 가족 친지를 찾는 일 때문.
굳이 봉분을 쌓고 항아리에 남겨 비석을 세워도,
그 살갑던 목소리가 이미 내 곁에 없다는 모진 현실과 함께,
나도 이 삶의 순리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두려움을 줄 뿐이라.
장남으로서 전통이라 불리는 행위가 꺼려진다.
그래서 올해도 기어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어미 없는 새끼들 지 살기 바빠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새인지,
여섯이나 되는 조카들에게도 참~ 정 없는 삼촌이다.
지 애도 잃어버린 아비로 조카 돌아볼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이 분열의 뿌리는 오래된 거라고 발뺌하면서,
다 채워져 쓰러지기만 기다리는 둥근 달 뿌연 눈으로 올려보고,
어느덧 차가워진 밤공기에서 겨울 냄새를 맡으며.
결코 즐겁지 않은 한 가을 밤을,
부디 잘 보내라고 그래 잘 보냈다고 또 인사 주고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레라 저레라 할 사람 없어 속 시끄럽지 않은 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밀린 잠 자는 거다.